“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분당신문] 매년 겨울이면 한 번쯤 이원수 작사, 정세문 작곡의 ‘겨울나무’ 동요 가사가 뇌리에 스치듯 떠오른다.
이 곡은 ‘고향의 봄’ 작사자로 널리 알려진 아동문학가 동원(冬原) 이원수(李元壽, 1911~1981) 선생이 작사하고, 정세문(1923~1999) 선생이 작곡해 1957년 발표한 곡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한국 대표 동요다.
2024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인 ‘반달’이 탄생한 지 100주년, 한국 동요 100주년의 해였다. 전국에서 우리 동요를 이끌어 오셨던 동요계의 선생들을 재조명하고, 동요계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며 동요의 보급, 활성화를 생각해 보는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다. 그중 성남시 분당중앙공원 야외공연장 뒤 산책로에는 한국 동요계의 큰 스승이었던 동요 작곡가 정세문 선생의 노래비가 있다는 자부심도 느끼는 해였다.
한석(閑石) 정세문 선생은 1923년 3월 25일 황해도 봉산군 사인면 계동리에서 출생했으며, 춘천사범대학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한 후 춘천초등학교와 경기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선생은 교편을 잡은 후 서울교육청 음악 장학사를 거쳐 옛 문교부의 편수국장을 역임하며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일에 평생을 보냈다.
또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건국대학교 사범대학 음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음악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동요작곡연구회(현 한국동요음악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일평생 동요에 심취하여 꾸준한 작곡 활동을 펼쳤고, 가곡 작곡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그리고 1999년 1월 8일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서 타계했다.
(출처 : 디지털성남문화대전)
정세문 선생의 동요 작품은 ‘은구슬’(1954), ‘산길’(1959), ‘그리운 언덕’(1991), ‘교실의 노래 200곡집’(1992) 등의 제목을 달고 작품집으로 출간됐으며, 동요 지도와 보급, 후진 양성을 위해 오랫동안 한국동요작곡연구회 회장을 맡아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동요 작곡법과 음악을 지도하는 등 이 땅의 음악교육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친 우리 동요계의 큰 스승이었다.
이런 한국 동요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1974년 국민훈장 동백장, 1987년 KBS 동요대상, 1989년 대한민국 동요대상, 1992년 반달 동요대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셨다.
선생은 여생을 성남시에서 보냈으며, 성남시 민선 2기 김병량 시장 재임 중이던 2002년 3월, 당시 김성태 성남예총 회장, 박용준 음악협회 지부장, 그리고 당시 성남예총 사무국장이던 필자가 정세문 선생의 후학과 제자, 친지, 동요 관계자들과 함께 논의하여 ‘동요 작곡가 정세문 노래비’를 건립했다.
-필자 김정진 성남문화원 사무국장-
비는 방형의 백색 화강암 비대위에 산(山)을 형상화한 비신을 얹어 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비대에는 ‘노래비 건립에 붙여’의 제하에 閑石 鄭世文(한석 정세문) 선생은 평생을 동요 및 가곡의 작곡과 음악교육에 헌신한 분이며 ‘겨울나무’는 어린이를 비롯한 우리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선생의 대표적인 노래라는 소개와 음악과 그 교육에 대한 선생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하여 “선생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후학과 제자, 친지들이 이 노래를 돌에 새겨 여기에 세웁니다”라는 취지를 적었다.
비신에는 ‘겨울나무’ 악보와 왼쪽에는 선생의 약력이 간략하게 새겨져 있는데, 1999년 1월 8일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서 타계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노래하는 인문학자 정경량 교수는 <시사 안성> ‘‘겨울나무’에게 배우는 삶의 철학’ 글을 통해 정세문 선생에 대해 인상 깊은 글을 남겼다.
“그동안 많은 시인이나 작가, 예술가들이 나무에 대해, 나무의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해 왔다. 그런데 그중에서 나에게는 이 노래가 가장 인상적이다. 한 편의 짧은 동요이지만, 이 곡처럼 나무를 통해서 아름다운 삶의 철학을 전해준 시와 노래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겨울의 나무를 노래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시사철 산을 찾아오지만, 겨울에는 아무래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겨울에 바라보는 나무는 아무래도 외롭고 쓸쓸해 보일 것이다. 이 노래에서도 나무는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 있는’ 겨울나무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외로운 겨울나무가 ‘바람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 외롭고 쓸쓸한 상황인데도 말이다.(중략)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겨울을 맞이한 나무가 찬란했던 봄, 여름을 회상하면서 ‘휘파람만 불고 있다’. 휘파람을 분다는 것은 노래한다는 것이다. 괴롭고 슬픈데 휘파람을 부는 사람이 있을까? 휘파람을 부는 사람은 즐거운 마음이거나, 자신의 삶에 초연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2009년 1월 선생 타계 10주기를 맞아 ‘정세문 선생 10주기 추모 음악회’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선생의 명곡 ‘겨울나무’를 비롯해 ‘그리운 언덕’, ‘고향’, ‘어린이 행진곡’, ‘봄이 오면’ 등이 연주됐다. 그리고, 2019년에는 20주기를 맞아 음악의 길을 잇는 딸 정미령 선생과 김정철 선생, 조원경 선생 등의 노력으로 정세문 선생의 대표 50곡 음반을 출간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학 학자였던 이규태 선생은 “‘사람이 태어나 살아온 가장 큰 보람은 지자(知者)와 혈자(血子)를 남기는 것’이라고 하며, 선생께서는 이 두 가지, 즉 정신적 유산인 창작물과 함께 부모님의 정신을 기리며 대를 이어 동요계를 빛내는 훌륭한 후손을 함께 남기셨으니 하늘나라에서 이런 결실을 지켜보시며 생전의 그 넉넉한 웃음을 짓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세문 선생님 가족들-
그동안 성남시에서는 야탑동 메모리얼파크에 영면하고 계신 ‘산바람 강바람’, ‘태극기’, ‘코끼리 아저씨’ 등으로 널리 알려지신 동요 작곡가 박태현 선생을 기리는 ‘박태현 음악제’와 ‘박태현 전국창작동요제’를 성남예총과 박태현선생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개최해 왔었다.
이제 매년 겨울이면 정세문 선생을 생각하며 되풀이하는 바람이지만, 올해에는 성남시에서 동요 작곡가 정세문 선생을 추모하는 작은 음악회라도 열리길 소망해 본다.
“평생을 살아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는 바람에게 듣고
꽃피는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섰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이원수 작사, 정세문 작곡 ‘겨울나무’ 한 소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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